주점 접대부나 매춘부가 등장하는 한국소설은 아주 많다. 물론 통속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의도나 불순한 상업적 동기에 의해 그런 소설들이 양산된 점도 있다. 하지만 성의 매매가 인류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있어온 사실을 이해하면 그것에 대한 소설적 관심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의 삶에서 성 매매 문제는 그 모순을 직시하게 하는 적절한 주제일 수도 있다. 더구나 인터넷의 보급은 성 매매의 양적 질적 다양화를 불렀다. 몇년 사이에 법적인 용어로는 "청소년 성범죄"라고 불리는 세칭 "원조교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의 "여학생의 친구"(2000)는 이 원조교제의 당사자인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다. 결손가정의 뒤틀린 인간관계를 냉정하게 묘사해온 작가는 이 소설에서 원조교제라는 기이한 관계를 낳게 만든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한편 소설 속에 다양한 직업군을 등장시켜 온 박덕규의 작품 "지렁이,지렁이떼"(2000)에는 한 비행소녀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 소녀에게 돈과 순정을 다 바친 중년의 형사가 등장한다. 여대생으로 성장한 소녀는 우연히 학교 앞 주점에서 원조교제 시절의 형사와 만나고는 그와 자신 모두가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인격파탄자임을 깨닫게 된다. 성 매매자가 주인공인 이들 소설들은 성 매매의 원인을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극단적인 인간소외에서 찾고 있는데,그 때문에 치유책 역시 근원적인 데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일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