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소재로 민족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그린 창작극 '영광의 탈출'(극단 미추)이 오는 21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무대에 오른다. 서사시 '금강'으로 잘 알려진 시인 신동엽의 1968년작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 밤은'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서울에서 유학하다가 금서를 읽었다는 이유로 사상범이 된 주인공 박일국의 인생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다뤘다. 1950년 6월 강원도 오지인 무영리(無影里)마을에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어머니는 '서울네'로 불리는 벙어리이고 아버지는 서울로 유학가 있는 박일국.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발생하자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는 줄 알고 외부와 단절한 채 살아간다. 그 사이 마을은 비무장지대에 포함된다. 연극은 조사관과 박일국이 레슬링을 하기도 하고 무영리 마을 주민들이 6·25 전쟁을 일본의 재침략으로 오해하고 허둥대는 등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극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했다. 연극은 1950년과 2001년,조사실과 무영리마을,평양과 서울 등 시공간을 교차하며 생생한 구어체로 전개된다. '영광의 탈출'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 결말은 암울하다. 가족들과의 재회를 염원했던 박일국이나 박일국을 만나기 위해 탈북한 그의 아내,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벗어나려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탈출에 실패한다. 장편희곡 '춘궁기'로 1998년 삼성문학상을 수상한 박수진이 쓰고 역시 '춘궁기'로 99년 백상예술상 신인연출상과 히서연극상을 수상한 김대홍이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 박일국역은 TV와 연극무대를 오가며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는 정동환이,조사원역은 류태호가 각각 맡아 호흡을 맞춘다. 우상전 차선희 서상원 등이 출연한다. 월·수·목요일 오후 7시30분,화요일 오후 3시,금·토요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일요일 오후 3시 6시.(02)580-130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