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무용의 기초를 다진 월북 무용가 최승희(崔承喜.1911-1967)의 생애를 그린 16mm 다큐멘터리 영화 '전설의 무희 최승희'가 8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상영된다. 일본의 여성감독 후지하라 도모코(藤原智子.68)씨가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유명한 도쿄 이와나미(岩波)홀에서 처음 상영된 뒤 호암아트홀에 이어 이번에 전주에서 선보인다. '김매자가 찾아가는 민족의 혼'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창작무용가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씨가 최승희의 족적을 찾아 일본-중국-한국을 더듬는 리포터가 되어 안내를 맡는다. 이 영화에서 김매자씨는 최승희의 제자였던 전황(全璜) 전 국립창극단장을 비롯해 한국무용계의 원로 김천흥, 평론가 채희완씨 등과 인터뷰하며 최승희의 춤이 훗날 한국 창작무용 형성에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또 이시이 바쿠의 아들과 제자, 연극평론가 오자키 고우지 등 당시의 최승희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 증언을 채취하며 그의 발자취를 쫓아간다. 최승희 춤에 대한 사진자료는 물론 외국 공연시 제작됐던 선전용 영상물, 신문기사 등도 등장한다. 9일에는 무용가 김매자와 명창 안숙선이 '춤으로 듣는 소리, 소리로 보는 춤'이란 주제로 최승희를 기리는 '심청'을 공연한다. 최승희는 어려서부터 명특해 소학교를 4년만에 졸업하고 일본 전위무용가 이시이 바쿠(石井漠)의 공연에 감명받아 무용을 배우기로 결심, 도쿄로 건너가 바쿠 무용단에서 수학했다. 그는 열 아홉살이던 29년 귀국, 서울에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무용 '영산춤'을 처음으로 공연했으며 조선 전통춤에 현대무용을 가미한 새로운 개념의 작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한국무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어 37년부터 3년간 미국, 유럽, 중남미 등지에서 공연하며 '동양의 진주'라는 절찬을 받기도 했으며 존 스타인벡,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장 콕토와 조우언라이(周恩來) 등이 그의 춤을 관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뉴욕 공연에서는 반일운동을 하는 동포들로부터 '친일파'로 규탄받기도 했다. 이후 최승희는 문인이었던 남편 안막(安漠)을 따라 월북, 평양에 '국립 최승희 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조선민족무용 기본' 등을 발간했으나 지난 67년 남편에 이어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