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실러(1919-2000)는 전지구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미국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유명한 미디어 비평가 겸 정치경제학자이다. 생전에 그는 노엄 촘스키와 함께 현대 미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비주류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손꼽혔다. 그의 1995년 저작 「정보 불평등」(원제 'Information Inequality'.민음사)이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져 출간됐다. 정보화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이 책은 공공 성격을 갖는 문화와 미디어, 학교, 도서관 등의 사유화(privatization)가 초래한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사유화된 '공적 영역'에 의한 보이지 않는 '길들이기' 기능과 '정보 박탈'이 공공 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야 할 정보의 결핍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긴장을 가중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미디어를 장악한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전세계의 모든 사람을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상황, 즉 거대 기업의 세계 지배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대니얼 벨, 앨빈 토플러 등이 주장한 '정보화 사회'라는 장밋빛 환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우리가 정보의 홍수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생산과 분배, 소비의 작동원리를 전혀 모른 채, 무식하고 가치가 전도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기업과 국가 등이 초래하는 정보의 왜곡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시민들의 불만과 긴장을 가중할 경우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예견한다. 그는 앞으로 미국의 광범위한 인적 자원 집단들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포괄적인 전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그는 이들이 통치 질서에 직면해 효과를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구조화된 현실의 기본적인 가정과 실천은 반드시 거대한 수정을 겪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274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