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생전의 일화를 주섬주섬 모으기는 했습니다만 큰스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송구할 따름입니다" '가야산 호랑이''우리 시대의 부처'로 유명했던 성철 스님을 20여년간 모셨던 원택 스님(57·조계종 총무부장)이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김영사·전 2권·각권 8천5백원)를 책으로 냈다. 1993년 11월 성철 스님이 열반한 지 8년 만이다. 책에는 성철 스님의 열반과 국장을 방불할 만큼 인파가 몰렸던 다비식 이야기,돈오돈수 논쟁,성철 스님과 원택 스님의 첫 만남과 출가,치열한 구도정신 등 성철 스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일화들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성철 스님의 각종 법문과 열반 후의 뒷얘기,출가 직후부터 당대 고승들과 교유하는 모습 등 성철 스님의 사진도 함께 실었다. 원택 스님은 "대부분 기억에 의존해 되살렸다"며 "살아계실 때 좀 더 잘 모시고 많이 묻고 들었어야 했는데 그저 무섭기만 해 도망치려 한 세월이 너무나 허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철 스님을 봐도 보지 못하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이의 잠꼬대를 용서해 달라"고 겸손해했다. 경북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72년 성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이 열반할 때까지 수족처럼 시봉한 '효(孝)상좌'로 유명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장작을 패다 도끼로 발등을 찍은 일,배추밭 울력하다 혼쭐이 났던 일,환속하라고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숙박비로 3천배를 시켰던 일 등 산속 암자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