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선수는 신랑감 순위 여론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이다. 야구를 잘 하기 때문일까, 잘 생겨서일까, 아니면 돈을 잘 벌어서일까. 지금까지 돈이란 최선의 노력에 대한 어떤 긍정적인 보상의 결과로 여겨졌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앞만 보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돈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가득 채워줄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잠시만 주변을 살펴보면 돈이 결코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총각들에게 물어보자. 여자들을 처음 만날 때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느냐고. 답은 "직업이 뭐예요?"이다. 「돈의 감성지수」(에코리브르)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을 조사해 돈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설득력있게 파헤치고 있다. 관념적인 '모범답안'이아닌 실증적 사례를 통해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 캘리포니아주립대 사회학부 루이스 야블론스키 교수는 사회ㆍ경제적 조건이 사람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한 여성이 저자에게 털어놓은 자신의 결혼 과정으로, 돈이 성적 끌림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몇 번 만나보니까 '할'은 심심하고 지루한 사람이었죠. 게다가 특별한 미남도 아니었구요. 이번이 마지막 데이트라는 생각으로 할의 사무실을 찾아갔어요. 엄청난 책상 뒤에 앉아 있는 그가 '직원들 봉급 수표에 사인할 몇 분 동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더군요. 그가 수표에 사인하는 동안 그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에로틱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그 전에 본 그의 어떤 모습보다도 더 잘생겨 보이고 섹시해 보이는 거에요"(22-23쪽 요약) 제1부 '돈의 감정적인 힘'에서는 이처럼 성(性)을 비롯한 결혼, 자녀양육 등의 관점에서 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살피고 있으며, 제2부 '돈에 대한 대화'에서는 부자와 빈자, 매춘부, 도박꾼, 마약중독자, 화가, 작가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돈과 연계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들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의 여러 병리현상들 중 상당수가 돈에 대한 그릇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저자는 "돈의 운용에 대한 모범적인 사람들의 경험을 배우고 돈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행복하고 풍요한 삶을 살 수 있다"며 돈에 대한 건강한 태도 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제 'The Emotional Meaning of Money'. 김형근ㆍ김승욱 옮김. 296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