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은 1975년 4월 9일 새벽 서도원씨 등 이른바 인혁당 사건 관련자 7명과 민청학련 사건의 여정남씨 등 8명을 처형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였다"(13쪽) 희생자 서거 26주기만에 처음으로 인민혁명당 사건을 조명한 단행본이 발간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엮은 「사법살인, 1975년 4월의 학살」(학민사)은 인혁당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 기자들의 취재기사와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74년 4월 군사독재에 맞서 전국의 대학생들이 총궐기하자 박정희 정권은 이를 민청학련의 책동으로 돌리고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해 대규모 검거에 나선다. 중앙정보부는 민청학련의 배후 조종 세력으로 '인혁당 재건위원회'를 지목, 재건위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학생들을 조종했다는 각본을 만들어 낸다. 책은 협박과 고문 속에서 사건 관련자의 진술과 증거가 어떻게 조작돼 희생자들이 군법회의에서 사형과 무기징역 등 악형을 받기에 이르렀는지를 낱낱이 규명했다. 한승헌(전 감사원장) 김지하(시인) 이철 유인태(이상 전 국회의원) 서중석(성균관대 교수)씨 등이 70년대 중반 정세와 민청학련 사건의 전모를 밝혔으며, 맹찬형 이충원(이상 연합뉴스 기자)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씨 등이 인민혁명당 사건의 진상을 파헤쳤다. 장원찬(변호사) 박한상 강신옥(이상 전 국회의원) 함세웅(신부) 문정현(〃) 장영달(국회의원.민주당)씨 등이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고발하는 증언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추천사에서 "당시에도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사정권은 이들을 한꺼번에 죽이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면서 "이는 분명한 사법살인이며 이 날은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이 책이 "인혁당 사건에 관련된 분들의 희생을 막지 못하고 기나긴 세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64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