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곤 감독의 영화 "꽃섬"은 올 부산영화제 최우수 아시아신인작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단은 "새로운 영화언어와 개성을 보여줬다"고 수상이유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상처입은 세 여성의 여정을 내러티브를 최소화한 채 이미지 위주로 따라가고 있다.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매춘하다가 쫓겨난 옥남(서주희),암선고를 받은 뮤지컬 가수 유진(임유진),태아를 화장실 변기에 버린 소녀 혜나(김혜나)는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꽃섬으로 향한다.

혜나는 10대의 반항,유진은 20대의 실존,옥남은 30대의 성숙과 성장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향하는 꽃섬은 희망의 가능성을 뜻하며 그곳에 도달하려면 "과거치유"란 여정을 거쳐야만 한다.

세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 낯을 가리다가 서서히 상대에게 마음을 연다.

이 과정은 카메라 시점이 각자의 얼굴표정을 거듭 교차시키다가 점차 하나로 합치돼 가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세 명이 결국 하나로 수렴되는 것이다.

"거울"과 "꿈" 등의 장면들도 자신을 살핌으로써 타인을 향해 다가서기 위한 장치다.

"과거치유" 여정은 눈꽃,끝없는 도로와 산맥,물안개 등의 이미지를 연결시켜 보여준다.

그들의 경로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기존관점에서 스토리라인을 맞추려면 아귀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관습적인 내러티브가 극도로 절제돼 있기 때문.

그러나 화면속 풍경에 "풍덩" 빠져 따라가면 오히려 감독의 의중을 꿰뚫기 쉽다.

세 여자는 꽃섬에 가까워질수록 웃음을 되찾아간다.

그것은 행복을 찾아서라기 보다는 절망을 이기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들도 결말에 이르면 감정의 순화를 체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정화)"를 성취한 "예술 영화"임에 틀림없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본 한 서구의 여성관객은 통곡했다고 한다.

감성에 대한 호소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24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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