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33세)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이균영(1951-96) 전 동덕여대 교수의 유작 장편「떠도는 것들의 영원」이 작가의 5주기를 맞아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그가 96년 11월 2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작고하기 몇달 전 월간 『문학사상』에 분재됐던 것으로 이번에 단행본으로 나왔다. 「떠도는 것들의 영원」은 옌볜 지역과 백두산 기행 체험이 모티프가 된 일종의 기행소설이다. 이균영은 84년 중편 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기 전에 93년 로 단재학술상을 받은 국사학과 교수였다. 이 소설은 저자의 깊이있는 역사관을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출판사의 주선으로 사보 기자인 주인공 박 기자, 대학생 셋, 역사학 교수 성윤직, 중소기업 사장 윤우섭, 일본인 가타오카 겐키치, 직장여성 안성희 등 8명이 함께 만주와 백두산 여행길에 오른다. 이들이 여정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항일 투쟁사 등 역사와 관련된 토론, 조선족들의 애환과 일상사가 서사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진보적인 대학생들과 보수적인 성 교수의 상이한 역사관은 특히 김일성의 무장항일 투쟁을 보는 시각에서 뚜렷이 구별되고 주인공 박 기자는 시종일관 관조적이며 냉철한 입장에서 그들 사이의 원활한 대화를 유도한다. 평론가인 권성우 동덕여대 교수는 발문에서 "「떠도는 것들의 영원」은 역사적 감각과 다양한 역사적 지식이 문학과 만나 형성되는 섬세한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책 말미에는 또 고인의 부인인 박규원 동덕여대 교수의 회고담도 실려 성실한 역사학자이면서 열정적인 소설가였던 고인 생전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