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위탕(林語堂)의 「베이징이야기」(이산)는 고도(古都) 베이징(北京)의 매력을 한껏 담고 있다. 1895년 푸젠(福建)성 룽시(龍溪)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와 독일 라이프치히대 등에서 유학한 린위탕은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 등에서 강의했고, 유네스코 예술부장과 싱가포르 난양대학 총장을 역임한 중국의 대표적 지성인. 1927년 정치에 입문해 우한(武漢)정부의 외교부장 비서를 지내기도 했으나 우한정부 해체 뒤에는 집필에만 전념, 「생활의 발견」 등으로 수필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린위탕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여자는 개성이 없어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도시는 그렇지 않다"면서 자연과 예술, 인간의 삶이 베이징에 뚜렷한 개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베이징 기후의 두 특징은 '청명한 하늘'과 '누런 먼지'. 맑은 하늘이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면 도시 전체를 황갈색이나 회색으로 바꿔놓는 먼지는 베이징의 색깔을 더욱 개성적이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황금 기와가 번쩍이는 웅장한 쯔진청(紫禁城)의 궁전들, 중국 최고의 건축물로 꼽히는 천단(天壇)의 기년전(祈年殿), 베이징의 상징이 된 톈안먼(天安門), 특이한 형태의 고루와 종루, 각종 사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옛 건축물은 낯선 이방인들이 가장 먼저 중국 예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책은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과 회화, 서예, 도자기, 공예, 칠기 등 예술품의 사진을 싣고, 중국과 서양의 각종 문헌을 인용한 충실한 설명을 덧붙여 안내서로서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다. 저자는 뭐니뭐니해도 베이징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베이징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순박하며 인내심이 많은데다 전혀 사치스럽지 않고 자신의 생활에 쉽게 만족하는 편"인데, "관용과 조화"의 미덕 또한 갖추고 있다고 한다. 거란과 여진 등 북방 유목민족에게 수 차례 지배를 당하고 문화적 영향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고 오히려 외래문화를 중국화된 새로운 문화로 창조한 힘의 원천이 베이징 사람들의 생활태도와 인생관에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린위탕은 40년 전 단순히 베이징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한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여느 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인과 중국 문화를 올바로 알려 서구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중국의 힘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며 삶의 방식"이라는 저자는 베이징에서 중국 문화의 깊이와 가치를, 베이징 사람들에게서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정신을 발견하고 있다. 원제 'Imperial Peking'. 김정희 옮김. 336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