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간되고 있는 계간 문예지 겨울호에 문단의 주요 논쟁과 현안을 다룬 다양한 글이 실려 관심을 끈다. 주된 이야기 거리는 해묵은 문학권력 논쟁, 미당 서정주와 이문열에 관련된 담론, 그리고 픽션 형식으로 접근한 현정권 비판 등이다. 『창작과 비평』의 경우 특집 '한국문학의 오늘, 민족문학의 새로운 구도'에서 일련의 문제 제기적 논문을 게재했다. 황현산 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에서 미당의 정치적 이력의 기원을 그의 문학세계에서 찾는 깊이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그는 구체적인 작품을 예시하며 미당의 시에 자주 나타나는 순응주의적 태도, 허무의식, 무갈등의 시학을 언급, 그에게 역사철학이 있다면 '허용의 철학'이라면서 미당의 시는 책임없이 아름답다고 결론지었다. 『창작과 비평』겨울호에서는 이밖에도 동료 비평가들의 리얼리즘.모더니즘론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 임규찬의 진단, 주류 시단의 지나친 서정화와 젊은 시인들의 실험.저항정신의 부재를 질타한 김승희(시인)의 고언을 읽어 볼만하다. 이번 주말 발간되는 『문예중앙』은 이문열 논쟁과 관련된 박완서씨의 글과 현정권을 비판하는 복거일씨의 소설 을 실었다. 박완서씨는 인터뷰에서 이달초 이문열씨 집에서 벌어졌던 책 반환 행사, 즉 책장례식은 문학모독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는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문인과 문학단체가 침묵해서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책 반환 행사를 주도한 '이문열돕기 운동본부'의 화덕헌 대표는 이에 대해 문학을 사적 복수심의 도구로 활용하는 등 정작 이씨가 문학을 모독했다고 맞받아쳤다. 복거일씨는 현실비판을 위해 허구를 동원했다. 인류가 건설한 목성의 위성 개니미드가 4세기 동안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우다 30세기 후반 혜성과의 충돌로 멸망한뒤 많은 중요 인물의 어록이 남겨진다. 소설은 어록을 소개하고 해설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당시 상황을 빗대 현재 한국 정치현실을 강하게 풍자하고 있다. "국세청 요원 대여섯이 대엿새 조사하면 우연의 일치지만, 오십명이 넘는 요원들이 석 달 넘게 뒤지면 그것은 언론 탄압이다" 개니미드 야당 국회의원 오르테가 콜롬보의 말이다. 정치가 빌 오크스는 "개혁이란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정치 지도자를 경계해야 한다. 개혁이라 하는 것은 실제로는 평지풍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역사가 미리엄 한은 티모시 골드슈타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햇살 정책'에 대해"유화 정책은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 들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격한다. 『황해문화』에서는 두 소장 평론가의 문학권력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노골적인 야유와 비난의 남발로 논쟁 본연에서 멀어지며 감정 싸움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권성우씨로부터 문학권력 옹호자로 비판받아 온 남진우(『문학동네』 편집위원)씨는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린 권씨의 글 에 대한 반론을 같은 잡지 겨울호에 실었다. 남씨는 권씨가 문학권력 비판을 둘러싼 공방을 비판적 글쓰기 일반의 문제로 환치해 논쟁 대상을 왜곡하고 있으며 "유치하고 야비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아둔한 비판방식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씨는 같은 잡지 다음호에 재반론을 게재할 예정이어서 논쟁은 더욱 요란해질 전망이다. 남씨의 평론 또는 논쟁 자세와 관련해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실린 평론가 유성호의 서평을 눈여겨 볼만하다. 유씨는 남씨의 평론집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에 실린 고은ㆍ김정란에 관한 두 편의 '보유'(補遺)를 거론, "상대를 향한 강렬한 비판과 냉소, 적대감의 표현을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