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21세기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도덕적 양심을 회복하고 동반자적 관계로 나가야 합니다" 한국해양대 학장을 지낸 손태현 박사(80)가 한.일간 문화의 뿌리를 비교연구한 "일본과 한국,그 알몸을 벗긴다(다솜출판사)"라는 책을 내 화제다. 손박사의 이 책은 일반대중을 겨냥한 것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에는 학자로서의 끈끈한 열의가 담겨있다. 수십차례에 걸친 일본방문과 수많은 전문가,실무진과의 토론을 거쳐성에서 부터 음식,역사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알기쉽고,논리적으로 비교분석해 놓고있다. 내용이 한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다. 이 책은 일본어판으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손박사는 "한국과 일본이 같은 유교문화권이지만 문화의 뿌리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무(武)를 바탕으로 한 전투문화를 가진 나라로 서로간의 공동체 의식과 동지애가 있고,엄격한 규율에다 냉혹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목적에 따라 고도의 합리성을 추구,근대화와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공을 이뤘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일본이 부귀를 장담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인근 국가에 피해를 입히고 가득찬 자만심으론 성장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문(文)을 중심으로 한 문화국가입니다. 단 한번도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고국난을 겪어도 면전에서는 복종하는체 하나 내심으로는 따르지 않은 면종복배 심리가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그는 "한국이 힘으로는 졌지만 문화적으로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않았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유일한 정신적 지주였던 문의 문화마저 타락해 위기를 맞고있다"며 "문화의 정확한 뿌리를 알고 반성한뒤 새로운 협력체제와 도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박사는 경남 밀양출생으로 지난48년 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후 동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고베대 초빙교수와 해양대 학장 등을 거쳐 현재 해양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한국해운사가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