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이 나라 여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영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신세대 젊은이가 한 말이 아니다.

근 80년 전인 1923년 미국의 출판업계 전문지인 '퍼블리셔즈 위클리'가 책의 시대가 끝나 가고 있음을 한탄하며 쓴 글이다.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에코 리브르刊)는 미국 작가 애너 퀸들런이 어린 시절부터의 독서경험을 들려 주면서 누가 뭐래도 책의 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역설하는 독서 찬양론이자 종이책 옹호서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의 책읽기는 일종의 모험이자 여행이자 현실로부터의 탈출이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회했다. 나는 「미들마치」와 「소공녀」안에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으로 갔다.

「안나 카레니나」와 더불어 차르가 몰락하기 이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레베카」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타라, 맨더리, 손필드 홀로 갔으며, 그 장원들의 높은 천장과 격렬한 드라마와 함께 그 모든 가문으로 들어갔다"(14쪽에서)

이렇게 책을 좋아했던 소녀는 자라나 기자를 거쳐 출판인, 작가가 되었다.

그는 아무런 목적을 갖지 않은 채 책을 읽었으며 "이 지상에서 그 어떤 행위보다 책읽기를 사랑했기 때문에 읽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목적없는 독서'는 그러나 실용성과 사회성, 공동체를 찬양하는 미국에서는 '적대적인' 대접을 받았다면서 책읽기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편협한 사회.문화풍토에 비판을 가한다.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 같으면 보석가게에서 느낄 법한 것을 책방에서 느끼는 사람들'에 관해 사회의 주류 세력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자꾸만 소수로 비쳐지고 책읽기는 아무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저자의 화두는 다시 종이책 무용론 논쟁으로 되돌아간다.

"책의 죽음은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리라는 증거를 찾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다"(112쪽에서) 저자는 책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독백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의 독백이 공허하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읽기와 인생을 동일시하는 시각을 순일하게 펼쳐보여 주기 때문이다.

다음 구절은 이 책의 끝부분이자 저자의 결론.

"책이 비행기이며 기차이며 길이다. 책은 행선지이며 여정이다. 책은 집이다"(114쪽) 책의 뒷부분에 추천도서 목록이 붙어 있다. 129쪽. 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 happy@yonha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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