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송원희씨가 장편소설 '안중근'(전2권,문학과의식)을 펴냈다. 도서출판 문학과의식이 기획한 '소설로 읽는 한국의 혁명가' 시리즈 중 첫 편이다. 소설은 바람의 상징으로부터 시작된다. 기울어져 가는 나라의 운명이 바람소리라는 청각적 효과와 대비돼 있다. 작품 속에 그려진 안중근은 애국심으로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구를 겨눈 '의사'만이 아니라 어지러운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으려 했던 '혁명가'다. 그가 꿈꾼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일제의 만행이 그를 투사로 변모시켰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민중의 의식을 일깨우고 이 땅의 개혁을 앞당기려는 의지였다. 첫번째 행동은 '교육'이었다. 자신의 재산을 털어 진남포에 삼흥학교를 세우고 외국인 신부들이 경영하던 학교까지 인수해 가난한 백성들을 가르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교실과 칠판을 광야로 옮겼다. 방방곡곡을 다니며 강연하고 국채모금운동에 뛰어들었으며 언론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밑바닥에는 아버지의 꿈이 깔려 있었다. 부친 안태훈은 젊었을 때부터 개화파와 어울려 개혁을 꿈꾸던 인물이었다. 수구파의 눈을 피해 천봉산 기슭에 은둔,신앙으로 자신을 달랬지만 그 피는 바로 아들에게로 뜨겁게 이어졌던 것이다. 소설 속에 치밀하게 사료를 녹여낸 것과 극적인 구성으로 흥미를 북돋운 것이 작품을 더 탄탄하게 받쳐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