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누치가 디지털사 영업이사로 임명됐을 때 일이다. 부사장이 선임이사들과의 저녁 자리를 만들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평소 무뚝뚝한 말투로 유명한 기술이사가 "앞으로 3년내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디누치는 "2년 안에 개발하지 못하면 후발제품이 되고 말 겁니다"라고 대꾸했다. 기술이사가 발끈했다. "당신이 세상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모양이구만" 순식간에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상황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 때 디누치가 내뱉은 가벼운 한마디는 얼음같은 분위기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그걸 뛰어난 혜안이라고 하지요. 대부분은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데 당신은 45분 만에 눈치를 채셨군요" 난데없는 칭찬에 기술이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식사가 끝날 즈음에는 디누치에게 완전히 매료돼 동기부여에 관한 강연을 부탁하기도 했다. 2년 뒤 그 회사는 신제품 생산에 성공해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깡통들도 웃기면서 성공하는 사람'(말콤 쿠슈너 지음,강주헌 옮김,더난출판,1만원)의 첫 머리에 나오는 일화다. 이 책은 '말 한마디로 천냥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유머경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유머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변호사로도 활동한 그는 유명 CEO와 관리자들에게 유머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IBM 모토로라 AT&T 소니 등 쟁쟁한 기업들이 그의 주된 고객이다. 그는 위기상황일수록 유머의 가치는 더 커진다고 말한다. 최근 '뉴스위크'지가 캘리포니아 기업들이 합병과 구조조정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5년새 2배의 비용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즐거운 환경과 웃음이 곧 돈이다. 케네디 집안을 미국 최고의 명문가로 키운 사업가 조셉 케네디도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녔다고 한다. "다른 기업가들과 협상할 때 언제나 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 "내 상대가 빨간 내의를 입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했지" 빨간 내의를 입은 촌사람이라면 도대체 겁먹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과 피플소프트 등 유머감각으로 성공한 13개 기업의 사례와 함께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7가지 유머기법'도 알려준다. 절묘한 어구 인용과 신문의 카툰,재미있는 편지와 목록식 메시지,적절한 비유와 역설적인 정의,격언이나 속담을 활용하는 것이다. '투자에 대한 소득을 극대화시키고 싶다면 유머 파일을 만들고 매일 사용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웃음의 보물창고야말로 아무리 퍼내어도 줄어들지 않는 성공의 엔돌핀 저장소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