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팔로 소재 뉴욕주립대 버팔로대학 현대어문학과 한국학 주임이자 이 대학 부설 세종학연구소 소장인 김석연(金昔硏.73.여)교수가 최근 훈민정음(訓民正音)에 대한 방대한 영문 연구서를 출간했다. 「The Korean Alphabet of 1446」이라는 제목의 이 연구서는 국내 아세아문화사와 미국 출판사 '페르세우스 북스'(Perseus Books)의 인문서적 자회사인 '휴매너티북스'(Humanity books)에서 공동 출간됐다. 이로써 김 교수는 훈민정음 연구 30년을 결산한 셈이다. 그는 실존주의 철학 연구로 이름높은 조가경 교수의 부인이며, 문자없는 소수민족이나 부족에게 훈민정음을 표기문자로 보급하는 활동도 아울러 진행하고 있다. 미국 원주민 부족인 세네카족에게 훈민정음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번 단행본은 "인간의 발음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는 한글밖에 없다"는 저자의 신념과 주장을 음성학적, 철학적으로 조명하려 하고 있다. 먼저 책은 훈민정음이 세종 단독 창제품임을 주장하고 그 사상적 배경으로 정음(正音)사상을 지목하고 있다. 정음사상은 바로함(rectification)에 그 핵심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정음의 창제 원리는 세종 때의 음성학 이론과 발음생리적-청각적 다차원을 반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을 기조로 한 순정음(純正音)이 형성되는 악리론(樂理論)이 정음 자모의 생성원리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두드러진 점은 정음을 현대 음성학적으로 설명하려 한 대목이다. 예컨대 정음자가 조음형태(articulatory tracings)와 청각적인 상관성(acoustic correlates)을 시각화한 글자임을 동영상 촬영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은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라'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예의본(例義本)과 'ㄱ은 엄소리니'로 출발하는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을 영어로 옮겨 놓았다. 예컨대 '훈민정음'이란 말은 'the orthphonic alphabet for the instruction ofthe people'로 옮기고 있으며 '어리석은 백성'(愚民)은 '글자를 모르는 백성'이라는뜻으로 보아 'illiterate people'로 새기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김 교수는 훈민정음의 실용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음이야말로 지구상 모든 나라 언어를 가장 손쉽게 표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끝맺음하고 있다. 480쪽. 3만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