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TV뉴스의 대(對)테러 전쟁 보도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당연시할 뿐 아니라 자극적인 자료화면을 과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재철 동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연수센터에서 개최한 언론정책 토론회에서 KBS 1TV 9시 뉴스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9월 12∼18일 방송된 테러 참사와 보복 공격 관련 보도를 △반테러주의 △군사보복주의 △인도주의 △정치적 절충주의 △과격주의 △극단적 대립 △결사항전△회의주의 등 10개 유형의 프레임으로 구분할 때 미국 관련 보도는 반테러주의 51%, 군사보복주의 27%, 극단적 대립 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월 8∼14일에는 군사보복주의 프레임이 69%로 급증했으며 반테러주의는 19%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KBS 뉴스가 테러주의에는 반대하면서 미국의 공격은 정당한 응징이라고 보는 경향을 띠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뉴스 프레임은 결사항전, 극단적 대립, 과격주의 등이 각각 20% 내외로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해 아프가니스탄과 이슬람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과격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주의 뉴스는 9월과 10월 각각 9%와 8%에 지나지 않았고 미국 관련 보도에서 정치적 절충주의나 회의주의 프레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군사보복주의 프레임에 해당하는 뉴스의 출처나 정보원은 주로 CNN과 미국관리 등이어서 미국의 관점이 여과없이 전달됐으며,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격렬한 전쟁장면과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장면을 자료화면으로 반복 방송한 것도 미국의 공격이 불법과의 싸움이라는 인식 틀을 구성하는 데 활용된 것으로 지적됐다. 10월 들어서는 아랍계 24시간 뉴스채널 알자지라의 화면이 등장하기 시작하지만방송분량이 극히 적어 과격주의 해석 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재철 교수는 "미국 언론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아랍에 대한 전문성 부재가 91년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낳고 있으며, 전쟁 자료화면의 과도한 사용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전쟁을 컴퓨터 게임과 같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9월 12∼17일 조선ㆍ동아ㆍ중앙ㆍ한겨레 4개 신문의 지면을 분석한 뒤 "9ㆍ11 테러에 대한 신문들의 보도가 지나치게 서방 언론에 의존하고 있는데다가 기사의 출처를 무시해 독자의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이 모두 미국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문들은 피해 당사자이자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미국의 언론을 전적으로 인용해 중립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사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외신 및 연합뉴스 기사를 자사 국제부 기자 이름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평균 30%에 이르는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이는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이자 수용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잘못된 관행이므로 하루빨리 크레디트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