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1923-1995)은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대가"로 손꼽히는 몇 안되는 조각가의 한 명이다. 흑단(黑檀)이라는 다루기 힘든 재료를 "균형미(symmetry)의 수직구조"로 다듬어 3차원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줬던 조각가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코리아아트 갤러리에서는 흑단 브론즈를 이용한 조각과 유화 드로잉 등 그의 대표작 40여점을 전시중이다. 문신이 사용한 대표적 재료인 흑단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단단한 나무다. 그는 흑단이 갖고 있는 부드러운 재질감을 절묘하게 살려 따뜻한 느낌과 자유로운 균형미를 표현했다. 마산 출생으로 도쿄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1960년대초 파리에 정착하면서 조각으로 전환했다. 20여년간 1세대 유학파로 파리에 머물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전역에서 개인전과 국제조각 심포지엄에 참가했다. 1980년 귀국해 1995년 지병으로 타계하기 전까지 올림픽 조각공원 조성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1994년에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문신미술 50년 회고전"을 갖기도 했다. 전시는 14일까지. (051)740-590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