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의 뿌리에는 얼마나 아픈 나이테가 감겨 있을까. 이 가을, 어머니에 관한 책 두 권이 가슴을 아릿하게 두드린다. [ 최인호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 소설가 최인호씨(56)의 산문집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문예출판사)는 반백의 아들이 부르는 사모곡이다. 지난 87년 일본 방문중에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던 그는 임종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호텔 방에서 통곡하다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어린 시절에는 남보다 작고 초라한 어머니가 창피해 학교로 찾아오는 것을 꺼렸고 시장 바닥에서 가격 흥정으로 목소리 높이는 모습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런 어머니는 아들이 4·19때 소식없이 귀가하지 않자 병원 영안실을 헤맸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여러 남매를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몸에 밴 생존의 몸짓.노년에 들어서는 방안 지킴이로 치매 조짐까지 보이던 어머니. 그러나 작가에게 어머니는 집안을 잘 다스린 여제(女帝)이자 자식들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쏟아부은 성모 마리아였다. 모성의 숭고함과 인생의 뿌리에 대한 성찰까지 전해주는 에세이. [ 권정인 '사랑하는 어머니' ] 권정인씨(들꽃민속박물관장)의 '어머니,사랑하는 어머니'(창해)는 딸이 쓴 영남 반가 며느리 성춘식 할머니(84)의 한평생 이야기다. 성씨는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의 모델인 계서공 성이성의 후손. 열여섯에 안동권씨 집안으로 시집와 갖은 고생을 했다. 가정은 돌보지 않고 만주까지 떠돌던 남편을 좇아 모진 풍상을 겪으며 세파와 맞섰다. 서른이 돼서야 얻은 첫아들을 잃었지만 딸 하나와 두 아들을 잘 길렀다. 전쟁 때는 이념대립에 시동생이 희생되는 사건도 있었다. 남편이 밖으로 돌던 시절 내방가사를 쓰며 혼자 외로움을 달래던 기억도 올올이 풀어놨다. 딸에게 들려주는 구술 형식으로 씌어있어 더 정겹고 생생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