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는 '운명의 힘' '돈 카를로' 등과 더불어 베르디 중기의 걸작 중 하나.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 실화를 소재로 보스턴 총독인 주인공 리카르도를 둘러싼 정치적 사건과 금지된 사랑,복수극이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이번 무대에서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리카르도가 어두운 방안에서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장면과 갑자기 벽이 갈라지면서 화려한 가면무도회 장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대비시킴으로써 극적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연출자 이소영씨는 "이번 연출의 핵심포인트는 대조(Contrast)와 다양성(Variety)"이라며 "심각하고 어두운 리카르도 방의 벽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뒤편에서부터 객석으로 다가오는 화려한 가면무도회 장면이 압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측은 이 작품의 준비를 위해 지난 1년간 4억5천만원을 투입했고 10차례 이상의 리허설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리카르도역에는 중국계 테너 워렌 목과 서울대 성악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엄성화가 더블캐스팅됐다. 리카르도의 절친한 친구이자 보좌관인 레나토역은 최근 도밍고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바리톤 강형규와 양준모가 맡는다. 재일 지휘자 김홍재가 코리안심포니를 지휘한다. '코지 판 투테'는 국내 대표적 오페라단체인 국립오페라단의 가을 정기공연 작품이다. 봄철 정기공연에서는 '시몬 보카네그라'를 국내 초연해 호평받았다. '코지 판 투테'는 아리아보다 아름다운 화음이 강조되고 사랑과 배신의 내용을 희화화해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가벼운 오페라'다. 모차르트의 음악에 어울리는 '지르는' 소리가 아닌 '우아하고 품격있는' 목소리의 가수들이 캐스팅됐다. 오르딜리지역의 박경신과 김은주,도라벨라역의 김현주와 전효신 등이 그들이다. 돈 알폰소역의 베이스 연광철은 지난해 '세계성악가 베스트 50'에 선정된 한국인 성악가. 페르란도역의 테너 이원준도 유럽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무대는 순수한 사랑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 세트로 단장했다. 흰색은 조명을 나타내기가 어려워 오페라에서는 사용을 꺼리는 색이지만 제작진은 과감하게 도입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봄철 정기공연 직후부터 제작에 착수해 지금까지 4억원을 투입했다. 지휘는 최승한,연출은 백의현씨가 각각 맡았다. (02)580-1300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