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강원 영월군 남면창원2리 속칭 초로봉 기슭 밭에서 500나한상의 일부로 보이는 나한상(羅漢象) 230여개가 무더기로 발굴되고 이를 봉안한 건물인 나한전(羅漢殿)으로 추정되는 건물터가함께 확인됐다. 강원문화재연구소(소장 방재홍)는 지난달 25일부터 경지 정리 과정에서 나한상 60여점이 출토된 이곳에 대한 긴급조사를 벌인 결과 더 많은 나한상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나한전 터로 짐작되는 건물터까지 아울러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나한상이란 일체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의 공양에 응할 만한 자격을 지닌 성자(聖者)를 뜻하는 나한을 표현한 상징물로 이를 조각할 때는 16나한 또는 18나한을 조성해 봉안하는 게 보통이나 때로는 500 나한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나한상을 모신 전각을 보통 나한전이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정면 7칸, 측면4칸짜리 경북 영천 은해사 거조암의 '영산전'(나한전의 다른 이름)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발굴단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나한상이 지금까지 확인된 수량으로 볼 때 500나한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나한상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제작했으며 상당수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파손돼 있다. 크기는 높이 30cm, 어깨 폭 20cm 안팎 되는 소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대체로 앉은 모습을 표현한 좌상이다. 두발 형태는 승려형이 압도적이고 두건을 쓴 것도 적지 않다. 얼굴은 천편일률적인데 동글납작하며, 눈은 일직선으로 표현했고 입은 꾹 다문 채 튀어나와 있다. 나한상이 집중 출토된 지역 북쪽에 인접해 확인된 건물터는 전면 3칸, 측면 2칸(약 9평) 규모로 그 안팎으로 나한상 20여점이 출토된 점으로 미뤄 이들 500 나한상을 봉안한 나한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굴단은 이들 나한상 및 건물터 연대에 대해 이곳 출토 분청사기와 백자 등을 고려할 때 상한은 15세기말, 하한은 17세기 이후로 짐작되며 중심연대는 16세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