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근대기를 살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개성 있는 화면에 담아낸 작고 인기작가들이다. 이들 4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한국인의 꿈과 낭만'전이 24일부터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작가당 대표작 5점씩 선정해 모두 20점이 출품된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보낸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꿈과 낭만 여유와 해학을 잃지 않고 한국인의 정서를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승화시켰다. 미술평론가 최광진씨는 이들 4인의 작품 특징을 소박미(박수근),천진미(이중섭),격조미(김환기),단순미(장욱진)로 요약한다. 박수근(1914~65)은 '국민작가'로 불릴 정도로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선이 있지만 기교가 없고 색이 있지만 튀지 않는다. 그저 소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담백하고 절제된 회갈색의 마티에르에 담았다. '멧돌질하는 여인' '휴식' '노상' '들녘' 등 194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작품들이 나온다. '소'시리즈로 유명한 이중섭(1916~56)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천진무구한 꿈을 그려냈다. 그는 지인들이 "천사가 지상에 잠깐 다녀갔다"고 말할 정도로 성격적으로도 순수하고 천진난만했다. 힘찬 선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필력이 돋보이는 작가다. '세 사람' '정릉풍경' '호박꽃' 등 40∼50년대 작품들이다. 한국추상화의 선구자인 김환기(1913~74)는 조선백자나 문인화에서 느껴지는 격조 높은 품격과 멋을 화면에 담아낸 작가다. 백자항아리 달 여인 산 등 전통소재를 다루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점 선 색으로 표현했다.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 '구름과 달' '무제' 등 50∼60년대 작품이 출품된다. 장욱진(1918~90)의 작품은 흔히 어린이의 그림에 비유될 정도로 순수하고 단순하다. 그는 항상 "나는 심플하다"고 말했다. 심플하다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개별현상을 포용하는 개념이다. 그의 작품이 어린이 그림과 다른 점이 이런 점이다. 49년에 그린 '독'을 비롯해 '길' '정자' 등 대표작들이 나온다. 31일까지. (02)732-355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