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61)가 대산문화재단과 프랑스대사관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지난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 작품이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번역,소개되고 있는게 놀랍다"면서 "이번 방한은 프랑스와 한국문화간에 조화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세계화는 불평등한 조건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문학은 일상성을 지닌 상상과 의식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 간의 평등한 관계를 보여주지요" 르 클레지오는 인간과 역사 모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론 타자와의 관계와 개인의 내면이 작품의 주제이지만 이야기란 것이 역사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설명이다. "모든 프랑스작가는 사르트르와 카뮈의 참여문학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의 문학도 크게 보면 참여문학이라 할 수 있지만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요즘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국가에서도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상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을 통해 차별철폐와 평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참여문학이지요" 불평등한 조건에 대한 그의 탐구는 성장기에서 비롯됐다. 1968년 독립한 모리셔스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식민문화의 실상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는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지배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대해서도 "경제적 지배 국가와 사회적으로 차단된 삶을 사는 국가 사이의 충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극악한 상황이 발생했더라도 전쟁으로 보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2일까지 강연회,작품 낭독회,독자와의 대화,남도기행 등의 일정을 갖는다. 그의 방한에 맞춰 1963년 데뷔작 '조서(調書)'(민음사)와 1997년작 '성스러운 세 도시', 1999년작 '우연'(이상 문학동네) 등이 번역 출간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