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패션계가 가장 주목하는 소비자집단은 무엇일까. 바로 보보스(Bobos)다. 얼마전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보보스 인 파라다이스(Bobos in Paradise)"라는 책에서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집단,보보스를 소개했다. 보스스란 명칭은 1960년대 해방의 가치를 옹호했던 보헤미안과 80년대 상업적인 부르조아가 합성돼 만들어졌다. 부르조아의 야망과 합리성 그리고 보헤미안적 자유와 상상력을 조화시킴으로써 정치보다는 문화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사회를 혁신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엘리트주의를 반대하며 자란 엘리트들이며 세속적 물질주의에 반기를 들고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소득기회를 포기하기도 한다. 부와 예술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 부유층이면서도 집시적 자유로운 예술감각을 선호한다. 보보스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여피족처럼 브랜드 이름과 유행을 추구하지 않는며 또 히피들처럼 자연과 자유만을 부르짖지도 않는다. 때문에 제품과 소재,기능성과 가치 등을 따져 제대로 된 "진짜 명품"을 소비한다. 옷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그 옷에 대해 몇시간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트위드 재킷 하나를 살때도 단순히 옷만 보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에 "트위드옷감은 14세기 켈트족에서 유래됐으며 6개월된 양의 털을 깍아 짠 양모가 최고" 등 재킷과 관련된 정보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어야 비로소 구입한다. 이들이 즐기는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보보스의 특징은 정형화된 스타일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고가 브랜드의 옷을 입고 액세서리도 걸치지만 그건 유명브랜드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거나 얘깃거리가 풍부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보보스의 이같은 취향은 각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테크노 마린"류의 시계가 대표적인 예다. 이 상품은 스포티한 시계판에 고무밴드가 달려 있어 언뜻보면 캐주얼하고 값싸 보인다. 그러나 시계판 주변에 수십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어 실제 가격은 수백만원대에 이른다. 캐시미어의 유행도 보보스족이 이끌고 있다. 겉보기엔 그리 화려해보이지 않는 이 소재의 스웨터는 알고보면 한 벌에 1백만원이 넘는 초고가 상품. 밖으로 과시하기보다는 내가 입어 편안하고 좋으면 그만이라는 보보스의 취향과 딱 들어 맞는다. 또 주머니가 많이 달린 면 바지나 가벼운 셔츠 등 활동적이고 편안한 캐주얼차림은 보보스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