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의 낭만을 상징하는 트렌치코트. 영화 애수의 로보트 테일러,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 영웅본색의 주윤발 등 추억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나와 우수어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비단 은막의 스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평범한 남성들에게도 트렌치코트는 가을나기의 필수품중 하나다. 트렌치 코트는 원래 장교들의 제복으로 고안됐으며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병사들이 바람과 추위와 습기를 막기 위해 참호(Trench) 안에서 걸쳤던 것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정통 디자인은 이중여밈에 넓은 옷깃과 벨트가 달리고 어깨 덮개를 댔으며 주머니가 많이 달린 것이 특징. 어깨견장은 장교들의 계급을 나타내며 건 플랩(Gun Flap)이라고도 불리는 어깨 덮개는 총을 쏠 때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덧붙여진 것이다. 전장에서의 쓰임새 때문에 생겨난 디자인은 이밖에도 많다. 벨트에 달린 D자 링은 대검이나 수류탄을 운반할 때를 위한 것이다. 또 소매품이 넉넉하게 만들어져 비옷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소매끝에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끈을 달아 찬바람이 스며들지 않고 팔을 움직일 때 소매가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안됐다. 그러나 세월이 바뀌면서 트렌치 코트도 패션의 흐름에 동참하게 됐고 각종 변형 스타일이 등장했다. 유행에 따라 어깨가 좁아졌다가 다시 커졌고 길이가 발목까지 길어졌다가 무릎위로 성큼 올라오기도 했다. 변형된 디자인은 남성용보다 주로 여성용에서 많이 나왔다. 여성복이 남성복보다 유행의 변화에 더 민감한 탓이다. 최근에는 디자인보다는 소재의 변화가 심한 편이다. 정통 소재인 면개버딘에서 솜을 넣고 얇게 누빈 패딩소재나 폴리에스터 가죽 나일론 등 다양한 소재의 트렌치 코트가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