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대참사는 패션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맨하탄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질 무렵,뉴욕은 세계 각지의 패션전문가와 바이어가 모여 드는 가운데 내년 봄.여름 컬렉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9월 11일 아침 사상 유례없는 테러 사건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일어났고 바로 전날 밤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컬렉션을 끝으로 떠들썩한 파티 분위기는 일순간에 냉각되고 말았다. 9월 7일부터 8일 동안 예정되었던 뉴욕 컬렉션이 정확히 절반 진행되고 도나 카란(Donna Karan), 랄프 로렌(Ralph Lauren),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등 뉴욕을 대표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남겨 둔 시점이었다. 뉴욕 컬렉션 주최측에서는 곧 바로 맨하탄의 브라이언 파크에 설치된 패션 쇼 장을 임시 폐쇄했고 뉴욕 컬렉션은 테러 참사의 여파로 파행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슬픔과 분노가 도시 전체에 가득한 마당에 화려한 쇼를 열 수도 없고 많은 비용을 들여 준비한 비즈니스 행사를 무작정 포기할 수도 없기에 디자이너들은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 세계 4대 컬렉션의 공식 일정이 10월13일까지 빽빽이 짜여진 탓에 중간에 일정을 바꾸어 개별적으로 쇼를 개최하기도 쉽지 않고 시시 각각 입맛이 변하는 패션계에서 파리 컬렉션이 끝난 10월20일 경으로 뉴욕컬렉션을 연기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뉴욕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게 되자 미국 디자이너들은 "쇼를 포기하는 것은 테러에 다시 한 번 굴복하는 것이며 나는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쇼를 재개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도나 카란(Donna Karan)은 드레스에 성조기를 수 놓았고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의 모델들은 한 쪽 팔에 성조기를 묶었다. 가장 미국적인 디자이너인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아메리카 대륙의 민속적인 요소를 가미한 컬렉션을 선보인 후 성조기가 새겨진 니트를 입고 피날레에 등장해 미국의 애국주의 열풍을 한층 고조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