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여성들은 만나는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었느냐"보다 "어떤 구두를 신고 어떤 핸드백을 들고 있느냐"에 관심을 더 둔다. 그만큼 패션 소품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봐도 가방과 구두는 옷의 보조 역할이 아닌 컬렉션의 주인공으로 대우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패션쇼의 무대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의 손과 발엔 옷보다도 더 눈에 띄는 핸드백이 들려있고 구두가 신겨져 있다. 쇼를 마친 후 패션지의 지면을 가장 먼저 채우는 내용도 대부분 소품의 유행경향에 관한 것이다. 패션의 주도권이 옷에서 액세서리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두와 핸드백에 관한 관심이 이처럼 고조된 지금,패션리더들은 올 하반기에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까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참고할만한 소품 트렌드 두가지를 소개한다. 어깨에 걸치는 숄더백 부상 디자이너들은 "올 겨울엔 가방끈이 길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어깨에 맸을 때 핸드백이 엉덩이에 걸칠 정도의 길이가 유행한다는 것. 핸드백이 겨드랑이 아래에 바짝 붙거나 아예 끈없이 손으로 들고 다니는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던 지난 봄.여름 시즌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핸드백은 소품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모습이 다양하게 변화된 것이 특징이다. 96년엔 가죽끈 대신 체인이 달린 샤넬스타일 가방이 인기였다. 길이는 엉덩이선이나 그 바로 아래 정도로 까지 내려왔다. 97년에는 서류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큰 사이즈의 토트백과 배낭 형태의 백팩이 거리를 휩쓸었다. 당시 맹위를 떨쳤던 "실용주의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이었다. 이 때만해도 가방길이는 허리선 정도였으나 그 이듬해에는 겨드랑이 밑으로 급격히 짧아진다. 98년 유행했던 핸드백의 이름은 바케트백. 가방 끈을 어깨에 걸치고 가방몸통은 겨드랑이에 꼭 끼고 다니는 폼이 프랑스사람들이 바케트를 겨드랑이에 낀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99년에는 어깨에 매는 숄더백은 물러나고 짧은 손잡이가 달린 그립백이 등장했으며 급기야 작년에는 손에 들고 다니는 클러치백이 선보였다. 그리고 2001년 추동시즌. 테스토니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셀린느 등 유명 브랜드들은 핸드백 끈을 다시 부활시켰다. 대부분 어깨에 넉넉하고 편안하게 걸칠 수 있을 정도로 끈 길이가 여유롭다. 롱부츠 인기 급부상 구두 트렌드는 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해 겨울,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유행을 쫓아 얇은 샌들을 신었던 여성들이라면 올해는 안심해도 좋다. 발목에서 허벅지까지 다양한 길이의 부츠가 유행의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30~40대를 겨냥한 고가 브랜드들은 고급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승마부츠 스타일을,20대 젊은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경쾌한 앵클부츠를 주력 아이템으로 밀고 있다. 그러나 둔탁한 부츠보다는 섹시한 힐을 고집하고 싶은 여성들도 많다. 이번 시즌에는 굵은 굽보다는 뾰죡하고 높은 굽이 달린 스틸레토 힐이 인기다. 또 바닥과 맞닿은 듯 낮은 굽의 플랫 슈즈 등도 여전히 강세를 띄고 있다. 소재는 번쩍이는 소가죽이 가장 많이 쓰이고있고 다음은 번쩍이는 애나멜과 점잖은 스웨이드가죽 순이다. 중심 컬러는 블랙. 검은 색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벽돌색,황토색,초콜릿색 등 브라운 계통에 눈을 돌려 보는게 좋다. 이처럼 검은색 또는 붉은색에 검은 빛이 섞인 컬러가 올 겨울 거리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