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미국)의 「재즈」(들녘. 김선형 옮김)는 그의 대표 3부작 가운데 하나다. 1920년대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흑인 하층민 사회에서 벌어지는 삶과 사랑, 욕망과 상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정형을 거부하는 즉흥과 자유로 대변되는 재즈 음악의 성향과 닮은꼴이다. 조는 딸 같은 소녀 도카스를 열렬히 사랑하는데, 그녀의 이별선언에 그만 이성을 잃고 총으로 쏴 숨지게 한다. 조의 아내 바이올렛은 소녀에 대한 증오로 불타오르고 소녀의 장례식에서 시신의 얼굴을 칼로 긋는 난동을 부리지만 방황을 계속하는남편을 보고 도카스의 존재를 알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모가 부재한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들의 상처와 욕망, 집착 등이 교차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리듬감 넘치고 맛깔나는 화려한 언어의 향연 속에서 명멸하는 등장 인물의 삶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럽고 아름답고 희열에 넘친 순간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마치 재즈를 감상하는 듯 읽을 수 있다. 글로써 재즈를 연주하려는 저자의 야심이 낳은 결실이다"(역자) 모리슨의 대표 3부작 가운데 흑인 공동체와 수녀원의 갈등을 그린「파라다이스」는 지난 봄 번역, 소개된 바 있다. 노예로 끌려가는 딸을 차라리 죽이는 어머니의이야기「빌러브드」(1988년 퓰리처상 수상작)도 곧 국내 출간된다. 304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