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은 약속시간에 3분만 늦어도 대단한 지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랍인의 지각은 30분 또는 그 이상이 될 때도 있으며 약속시간에 늦는 것을 큰 결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랍인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생각을 이야기 속에 표현하려는 경우가 많다.이 때문에 아랍인은 크게 소리를 치고 흥분하고 과장하며 상대방을 위협하고 견책한다" '아랍인의 행동원리'(사니아 하마디 지음,범우사,9천원)는 '아랍인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레바논 태생으로 아랍 각지에서 생활한 뒤 미국에서 공부한 여성 사회인류학자. 아랍인의 민족적 성격과 감정,행동양식 등을 서구와 비교 설명하면서 그 차이점을 알아야 공존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아랍인이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흥분하고 큰소리를 치는데,서구인들은 이를 노여움이나 적대감으로 해석한다. 아랍인에게는 강조와 과장이 일상적이며 오히려 외국인의 조용한 태도를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아랍인은 대화할 때 상대방과 신체적 접촉을 선호하지만 서양인은 대화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동성끼리의 신체적 접촉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배가 고플 때의 태도도 대조적이다. 아랍사회에서는 주인이 손님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몇차례씩 권하고 손님은 몇차례씩 사양하는 게 예의다. 그러나 미국에 갓 온 아랍인이 미국인 가정에 초대됐을 경우 의례적인 '노 탱큐' 때문에 굶기 십상이다. 이처럼 아랍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모른다면 아랍인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아랍인들의 감정과 반응양식,이슬람 신앙을 바탕으로 한 집단적인 역학구조,'인샬라(신의 뜻대로)'와 같은 독특한 생활관 등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지난 80년에 출판됐던 것을 문장을 다듬고 판형을 바꿔 새로 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