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호텔 출신의 주방장이 만들어내는 산채정식. 강남구 역삼동 "미담(美談)산채"에는 여느 산채정식집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한결같은 정성과 인간적인 정이 깃들인 맛이다. "미담"에서는 항상 제철 나물을 세심히 고른후 직접 손질하고 말려 사용한다. 계절별로 나오는 생나물을 그냥 쓰면 한결 수고를 덜 수 있지만 사시사철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마른 나물을 데쳐서 요리해야 한결 부드러운 맛을 낸단다. 더욱이 나물은 말리는 과정에서 독특한 향이 한층 살아나기 때문에 입안에 퍼지는 그윽함을 높이기 위해 건조과정은 필수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두부는 콩을 즉석에서 갈아 손으로 만든다. 밥은 보성에서 딴 녹차잎을 넣어 곱돌 그릇에 지어 나온다. 녹차의 담백한 맛과 함께 식사가 끝날때까지 밥의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한 배려다. 재료 선정에도 남다른 까다로움을 보인다. 쇠고기는 전남 함평.무안지방산을,흑돼지는 전남 장수의 토종돼지만을 사용한다. 물론 얼리지 않은 생고기다. 갈비를 양념할때는 5가지 한약재와 과일을 넣어 끊인 소스를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고기질이 부드러워지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유혜열 조리실장의 말이다. 미담에서는 고기를 먹고나면 냉면이나 된장찌개 대신 깔끔한 맛의 산채비빔밥을 내놓는다. 비빔밥에는 고추장이 들어 있지 않다. 나물속에 스며든 자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고추장이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산새낙" 같은 독특한 메뉴도 개발했다. 산채나물만의 맛을 보완하기 위해 새우와 낙지를 넣은 산새낙 비빔밥은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인근의 직장인을 위해 메뉴를 준비한 만큼 산채비빔밥 6천원,산새낙 7천원,산채정식 9천원,흑돼지 구이 8천원 등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친구의 유지를 따라 부동산컨설턴트에서 식당주인으로 과감한 변신을 감행했다는 이승규 사장은 이 사업에 남다른 애정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산채에는 몸에 이로운 여러가지 약리작용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산에서 자라는 나물에는 인체에서 생겨나는 각종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으며 특히 곰취나 참나물,산마늘 등은 대장균이나 식중독균 등에 강한 항균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02)501-3404.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