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 박화요비(19.동덕여대 실용음악과 2년)의 노래는 분수처럼 시원하다.


저음부와 고음부를 널뛰듯 오르내리는 솜씨는 고공 외줄에서 통통 뛰는 광대의 묘기처럼 아슬아슬하고 능란하다.


그뿐인가.


꺾고 굴리고 조이고 풀어내는 목소리 기교는 나훈아나 주현미의 현란한 트로트 창법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녀는 신작 앨범 「나인틴 플러스 원(19+1)」의 타이틀곡 '눈물'에서 R&B 창법의 온갖 기교를 마음껏 발휘했다.


하늘로 무한정 솟구쳐 오르다가 허공에 잠시 머무는가 싶더니 절정부에서 춤추듯 요동치다가 이내 내리꽂히는 분수대의 물줄기처럼시원하고도 리듬감있는 가창실력을 뽐낸다.


그녀의 2집 앨범은 최근 발매하자마자 미디어 신나라의 앨범 판매차트 6위에 진입했다.


지난해 8월 데뷔곡 '라이(Lie)'를 발표해 일약 'R&B 스타'로 떠올랐던 그녀의 가창력에 대한 기대감이 신작앨범의 판매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데뷔앨범을 발표했을 때 "노래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질문이 도처에서 쏟아졌다.


기존에 나왔던 국내 R&B 음악이 몇 명의 가수를 제외하고는 어설픈 바이브레이션 흉내에 그친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오리지널'에 가까운 박화요비의 R&B 창법은 팬들을 단숨에 그녀 주위로 끌어 모았다.


"외국인들이 판소리를 배울 때 원판에 가깝게 불러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것처럼 R&B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R&B 음악에 한국적인 것을 결합시키려고 작위적인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한국가수가 부르는 R&B에는 한국적 감성이 저절로 배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해 R&B는 R&B답게 불러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는 "R&B 음악이 국내 가요계에 크게 확산된 것은 세계 팝음악의 유행에 따른 것이지만 흑인들의 슬픈 정서와 한국인의 한(恨)이 갖는 유사성도 작용하는 것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R&B는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부르던 블루스 창법에 리듬감이 가미된 블루스 음악의 변형.


1940년대에 미국 남부에서 동북부 도시로 퍼지면서 도회적 세련미를 더해 팝음악 주류 장르의 하나로 성장했다.


새 음반의 타이틀곡 '눈물'은 그녀의 데뷔곡이자 최대 히트곡이 된 '라이'와 비슷한 분위기.


그러나 목소리의 기교와 감정 표현은 한층 성숙된 면모를 보인다.


스페니쉬 기타 연주와 어우러진 그녀의 애절한 음색은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러 가성을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절정부에 이르러서도 목소리를 한바퀴 굴려내는 고난도 기술을 보인다.


두 번째 앨범은 데뷔앨범에 비해 리듬감이 강조된 곡들이 많고 힙합 등을 도입해 다채롭게 꾸민 것이 특징.


그녀는 타이틀곡 '눈물'을 작사한데 이어 '운명' '난(難)' '포에버' 등 5곡을 작곡하는 등 싱어송라이터로서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녀는 "두번째 앨범을 녹음하면서 비로소 마음속에 가졌던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다"면서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만의 확고한 음악스타일을 주장하기엔 이르다"고 자신을 낮췄다.


또 "미국의 R&B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에 의해 댄스음악화하면서 일반적 팝음악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그러나 R&B 기반이 약한 국내 가요계에서는 가창력이 뛰어나고 소울감이 풍부한 정통 R&B 가수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얼마전 운전면허증을 딴 것이 최근들어 가장 기쁜 소식"이라며 어린애처럼 좋아한 그녀는 음악을 이야기할 때 외에는 아직도 앳되고 철부지같은 모습이다.


쇼핑하는 것이 취미로 여자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남학생들과 미팅 한번 제대로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그녀는 미군부대에서 통역과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경북 포항에서 성장했고 서울에서 고교를 마쳤다.


본명은 박미영.


지금의 예명은 작명하던 날이 화요일이어서 '화요'를, R&B의 B에서 '비'를 따다 붙여 지은 것이다.


그녀는 2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11월 23-25일 서울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라이브 무대를 갖는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