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記號學.Semiology)이란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기호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사전달의 상징으로서의 기호를 철학적, 심리적, 사회적, 언어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고답적 설명 대신 기호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살필 수 있다면 한층 이해가 수월할 것이다. 기호학자 김경용 교수(미국 마운트 버논 나자렌 대학)의 「기호학의 즐거움」(민음사)은 문학 미술 광고 영화 TV드라마 등 문화 전반에 걸쳐 기호학이 응용되는 구체적인 예를 보여 주고 있다. 김 교수는 90년대 초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면서, 독자와 텍스트간의 역동적인 커뮤니케이션 조응행위를 다룬 독일 기호학자 볼프강 이저의 '독자 수용 이론'을 갖다대고 있다. 텍스트 '읽기'에 관한 이저의 이론을 텔레비전 '보기'에 응용한 것. 이 드라마의 작가는 사건들 사이에 고의로 '공백'(군사정권의 행태를 직접 말하지 않는 것 등)을 설정했다. 이때문에 시청자들은 직접 그 여백을 채워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픽션인 에 현실 이상으로 열광하게 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기호학적 독해이다. 김병기 화백의 삼위일체적 화면구성 이론을 캐나다의 기호학자 생마르탱의 '시각이론'과 연결한 '회화에서의 이미지와 의미', 영화 의 여주인공 송화에게 일어나는 한(恨)의 육화(肉化)를 러시아의 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의 '자동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설명한 '한의 육화, 한의 세앙스' 등 여러 편의 글을 실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쉽게 알 수 있는 소재에 기호학을 적용하면서 쉬운 용어를 구사,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기호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388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