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지 않는 그림"으로 잘 알려진 원로작가 정창섭(74.서울대 명예교수)화백이 서울 신사동 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83년부터 지속해 온 닥종이 작업인 "묵고(默考)"시리즈를 내놨다. 60년대 앵포르멜 양식의 작업을 해 온 작가는 70~80년대를 거치면서 서구화된 사상과 미술양식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작품으로 회귀했다. "그리지 않는 그림"은 물감대신 닥종이만으로 물에 풀고 반죽하고 손으로 주물러 완성하는 작업이다. "묵고"시리즈는 단색조의 미니멀한 화면이지만 질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캔버스 표면위에 어떤 형식을 미리 계획하고 이에 따라 그려나가는 방법이나 형식논리를 포기하고 대신 물(物)의 본원적인 감성을 즉흥적이고 우연성 속에서 포착해 나가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중앙은 빈 화면으로,테두리는 닥종이 특유의 우퉁불퉁한 질감이 생생히 살아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작가는 국전초대작가상(1980년)과 국민훈장 목련장(1993)을 수상했다. 25일까지.(02)543-7337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