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 이원(33)의 두번째 시집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문학과 지성사)는 디지털 문화의 삶속에서 존재의 현주소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시집 곳곳에는 "전자사막"을 떠도는 고독한 유목민의 운명이 낯선 언어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채색돼 나타난다.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웹에서 전자신문을 서핑한데 이어 "나"를 입력한 상황을 그려낸다. "검색어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0개의 카테고리와 177개의 사이트가 나타난다/나는 그러나 어디에 있는가/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함으로써 존재하지만 나의 실체는 가상공간 어디에도 없다. 다만 내 현존이 "기계들에 기숙하"고 있으며 "오래전 저장된 게임"일 수도, "진공포장돼 장기 보존되고 있는" 자료일 수도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인터넷상의 주소는 "허공속의 주소"이고 웹브라우저는 세상을 향한 "창"이 아니라 때때로 나를 가두는 "벽"이다. 시 "나는 검색사이트 안에 있지 않고 모니터앞에 있다"가 그 증거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