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사이를 내지른 깊은 주름은 노래를 부르는 내내 펴질줄 몰랐다. 치장이라곤 손톱끝만큼도 묻어있지 않은 질박한 목소리로 서정적인 노래말을 실어내는 동안에도 그의 얼굴엔 진지함이 문신처럼 스며있었다. 정태춘(47).부릅뜬 눈동자로,서슬퍼런 정신으로 이땅에 드리웠던 억압과 폭거에 도도하게 저항해온 노래노동자,민중가수,투사.18일부터 연강홀에서 있을 공연 "2001 정태춘.박은옥의 얘기노래마당"을 앞두고 한남동 지하연습실에서 파묻혀 지내고 있는 그는 의외로 노래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 "난 음악을 즐기지 않아요. 나 자신을 "뮤지션"으로 정의하지도 않고.음악은 내게 말이었지.하고싶은 말을 하려고 노래를 했어요.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면 아마 음악을 더이상 하지 않을 거요. 그런데 어디 그런 날이 쉬 오려구?" 하지만 세상의 아픔을 나누고,고단함을 다독이고,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는 그의 노래들은 십수년동안 수많은 이들에게 힘있는 위안이 되어왔다. 세월에 굴하지 않고 펄떡이는 생명력은 그 얼마나 영혼을 울리는 것이었던가. "시대를 진솔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했고 가요계에서 그런 시도가 사실 많았던 것은 아니니까. 기만하거나 과장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자신있어요. 우리들의 일기라는 점이 가슴을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공연이 "콘서트"가 아니라고 했다. 16년전 전국을 돌며 가졌던 순회공연 "얘기마당"의 맥을 잇는 무대.콘서트가 앨범에 실린 곡들을 정제해서 들려주는 무대라면 그에게 얘기마당은 관객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1부는 정씨가 이끌고,2부는 박씨가,3부에선 함께 입을 맞춘다. 정씨는 이번공연에서 특히 "새시대"를 주도할 386세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내년 봄께 선보일 새 앨범에 담길 신곡인 "다시,첫 차를 기다리며"를 공연 부제로 붙인 이유기도 하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첫 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 돌아/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 그에게 이땅을 초록 봄날 언덕으로 이끌 첫 차는 386. "누가 뭐래든 그들은 시대에 헌신하고 열정을 불태웠던 아름다운 세대예요. 열린 사회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세대죠.그들 백만명의 저력이 모이면 인간 존엄성이 유지되는 희망있는 사회로 반드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나에게서 듣고 싶은 노래들이 무언지,이야기가 무엇인지., 이번에 세상과 사회에 대해 주춤대지 않는 소리들이 거침없이 쏟아졌으면 좋겠소.관객들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이 공연이 작으나마 희망의 시대를 향한 문화운동의 기지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순간 그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한껏 희망을 품은 그 웃음은,정녕 아찔하리만큼 아름다웠다. 공연은 23일까지.화 목 금 오후 8시,수 3시,토 4시 7시반,일 4시.(02)3272-2334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