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쇼핑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핸드백보다는 구두 매장에서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듯 하다. 패션계에서는 올 가을 멋내기의 촛점을 가방이 아닌 신발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뮤치아 프라다,마크 제이콥스,칼 라거펠트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특히 주목한 품목은 부츠. 발목길이부터 무릎위까지 다양한 길이의 부츠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핸드백은 요 몇년간 패션계의 핫아이템으로 군림해왔다. 옷에서 더 이상의 변화를 추구할 수 없게된 디자이너들은 의복 대신 가방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패션메이커들은 핸드백 판촉에 열을 올렸다. 핸드백 사이즈를 여행가방만큼 키웠다가 다시 지갑사이즈로 줄이는가 하면 어떤 때는 바게트빵처럼 옆으로 길게 늘어뜨리기도 했다. 또 딱딱한 직사각형,둥근 원,정육면체 등으로 변신을 계속했다. 그러나 올 가을 패션매장을 보면 핸드백 디자인은 예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데 비해 신발 디자인은 좀더 대담해지고 다채로워졌다. 디자이너들의 관심사가 신체의 가장 아랫부분인 발에 모아진 것이다. 패션연구소 퍼스트뷰코리아의 송수원 팀장은 "뾰죡하고 높은 굽의 스틸레토 힐과 바닥과 맞닿은 듯 낮은 굽의 플랫 슈즈 등 다양한 구두가 선보이고 있지만 올 가을 주목해야할 것은 부츠"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샤넬이나 셀린느 등 하이패션 브랜드들은 고급스럽고도 편안해보이는 승마부츠 스타일을,마크처럼 젊은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경쾌한 앵클부츠를 주력 아이템으로 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두의 시즌리스(seasonless) 현상은 올 가을에도 여전하다. 업체들은 허벅지까지 오는 가죽 부츠 판매를 한 겨울이 아닌 초가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또 가느다란 끈으로 엮인 스트링 슈즈를 눈 내리는 12월에도 매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심 컬러는 검정색.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차림이 가장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구두또한 검정색이 가장 강세를 띠고 있다. 검은 색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황토색,초콜릿색 등 브라운 계통에 눈을 돌려본다. 붉은 계열에 검은 빛이 들어간 여러 종류의 컬러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소재는 번쩍이는 애나멜과 점잖은 스웨이드가죽이 공존한다. 이 대조적인 소재를 서로 어울려 만들거나 스웨이드와 모직,애나멜과 금속을 매치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구두가 스타일링의 핵심으로 부상함에 따라 스타킹도 주요 액세서리도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인기몰이 조짐을 보였던 스타킹은 이번 추동을 기점으로 "멋쟁이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작년에는 어둡고 진한 색상이 인기를 얻었지만 올해의 스타킹은 좀더 밝고 투명해진다. 스타킹 소재로는 속이 비치는 쉬폰,반들거리는 새틴과 섹시한 망사가 주로 쓰였다. 검정색톤의 어두운 컬러가 주를 이루지만 디자이너 준야 와타나베 등 일부 디자이너들은 무릎길이의 형형색색 요란한 디자인의 스타킹을 선보이기도 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