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작가 조창인(43)씨가 새 장편소설 '등대지기'(밝은세상)를 펴냈다. 지난해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 소설 '가시고기'를 펴내 1백40만부를 판매한데 이어 이번엔 눈물겨운 모성애를 주제로 다뤘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가시고기를 닮았듯,어머니는 평생 한 마음으로 자식의 앞길을 비추는 '등대지기'로 살아 간다는 데 착안해 쓴 소설이다. 작가는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모자(母子) 간의 미움과 갈등 화해를 박진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재우는 등대지기다. 8년간 가족과 등진채 외딴섬 구명도의 등대를 지켜왔다. 정년퇴임하는 등대소 현장 소장의 말처럼 사람과 뭍과 스쳐지나갈 뿐인 배를 줄창 그리워하며 보낸 삶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이 형에게만 쏟아졌다고 믿는 재우는 가족에 대한 미움을 걷어내지 못한다. 우여곡절끝에 재우에게 나타난 어머니는 치매와 협심증이 깊어 있다. 갖은 고생으로 3남매를 키우면서 육신과 정신이 망가진 것.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강했다. 재우가 등대에서 벼락을 맞던 날,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등대에 오른다. 모자가 등대에서 해후한 마지막 장면에는 사랑과 미움,공포와 안타까움 등 갖가지 감정들이 교차한다. 재우가 배를 인도하는 등대지기였다면 어머니는 재우를 향해 빛을 던지는 등대지기였다. 이 작품도 '가시고기'와 비슷하게 독자들의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지나치게 작위적인 상황을 설정,현실성을 반감시키는 게 흠으로 꼽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