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53)가 처음으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녹음 음반(EMI)을 냈다. 정씨가 지난해 12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이 앨범에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과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이 수록돼 있다.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은 지네트 느뵈를 비롯 밀스타인,오이스트라흐 등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명연주로 유명한 음악. 정경화는 "콘서트에서 이 곡을 여러 차례 연주했지만 음악적 기량이 무르익은 뒤에 음반으로 내고 싶었기 때문에 녹음을 미뤄왔다"고 말했다. 흥분과 열정이 가시고 음악이 자연스러워진 후 녹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 이번 녹음에선 정경화 특유의 강렬함이 잦아든 대신 여유와 따스함이 돋보인다. 튀는 기교보다 '교향악적인' 곡의 흐름에 따라 연주했다. 정씨는 협연자 래틀에 대해 '대단히 지적이며 감수성 깊은 지휘자'로 평가하면서 앨범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난 94년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바르토크 협주곡 음반은 그라모폰상을 받았다. 한편 같은 음반에 실린 '베토벤의 교향곡5번'은 한층 다이내믹하게 들린다. 연주시간이 31분43초로 아바도의 34분59초,바렌보임의 35분56초보다 짧다. EMI 관계자는 "이 음반은 올해 EMI의 가장 중요한 기획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