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물성을 현대적 조형언어로 개척해 온 중견작가 함섭(59)씨가 7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종이의 혁명"을 주제로 한층 정제되고 질감 효과를 높인 "한낮의 꿈(Day Dream)"연작 20여점을 선보인다. 함씨는 98년 샌프란시스코아트페어와 99년 시카고아트페어에서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등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지난 94년부터 팔린 작품이 2백50여점에 달해 국내 작가론 드물게 '미술관 작가' 위치에 올라 있다. 그는 국내에서 '종이뙈기'로 인식되던 수제 한지를 그 특성을 잘 살려내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한 인물이다. 30여년에 걸친 한지작업을 통해 터득한 전통 지공예기법을 현대회화에 적용시킨 것. '한낮의 꿈'은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우선 전통 닥종이를 물에 적셔 찢거나 짓이긴 후 그 위에 다시 한지를 씌우고 솔로 두들겨 하나의 종이판을 완성한다. 황토를 연상시키는 한지바탕에 고서(古書)조각 등을 붙인 화면은 바탕에서 뿜어나오는 중후한 황톳빛과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두터운 질감,부조적 효과가 돋보인다. "한지가 한지이기를 거부할 때 작품으로 인정받는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한지의 특성을 극복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형성시킨 셈이다. "한지작업을 오래하다 보면 변화가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유화나 다른 재료에 손을 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력이 강하죠" 한지를 다룬 세월이 말해주듯 그는 화단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한지의 달인'이다. 이번 국내전이 끝나면 10월에 쾰른아트페어에 참가하고 11월에는 네덜란드의 '코발렌코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16일까지. (02)544-848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