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여성복 디자이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단어는 빈티지(Vintage)다. "오래되고 유서깊은"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빈티지는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단어인 복고풍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복고풍과는 달리 낡은 트렌드를 과감하게 다시 엮어 재미있고 신선한 패션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벼룩시장이나 보세가게에서 고른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빈티지 패션의 특징. 패션전문가들은 빈티지야말로 신세대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패션이라고 말한다. 해외 유명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옛것을 차용해 보여주려는 디자이너들의 시도가 이어졌다. 빈티지패션의 대표주자인 미국 디자이너 안나수이부터 전위적인 스타일을 즐기는 장폴고티에,뉴욕스타일의 대명사인 마이클코어스까지 낡은 듯,세련된 맛의 복고풍 옷을 선보였다. 맨 윗 단추까지 꼭꼭 채워진 유니폼 스타일의 셔츠 원피스,폼폼한 구슬로 무늬를 만든 벨벳 핸드백,오래돼 보이는 70년대풍 가죽 코트가 이들의 이름을 달고 최고급 제품으로 변신해 대중앞에 등장했다. 국내패션계에서도 빈티지룩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어두운 경제상황이 낡아보이고 부담없이 느껴지는 빈티지룩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덕분에 올 가을에는 말쑥한 정장을 입은 요조숙녀보다는 빛이 바래고 여기저기가 닳은 가죽점퍼나 물빠지 청바지,손뜨게 한 듯한 니트를 입은 여성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빈티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는 데님이 꼽힌다. 여성복 씨의 박난실 실장(디자인실)은 "바지로 즐겨입었던 데님이 스커트 원피스 트렌치코트 수트 등으로 아이템을 넓혔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구두와 벨트 백 등 액세서리도 데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빈티지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물빠진 진(워싱진),누런 황색을 입혀 염색한 진,일부러 때가 탄 듯 만든 더티진 등이 인기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니트 역시 빈티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아이템이다. 구제품 느낌을 내기 위해 성기고 굵은 실을 이용해 손으로 뜬 것 처럼 만들거나 진짜 핸드메이드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왔다. 소품에 조금만 신경써도 멋진 빈티지룩을 완성할 수 있다. 청바지에 인조 스웨이드로 만든 벨트를 두르거나 소녀풍 옷차림에 손뜨게 머리띠 등을 두르면 빈티지 스타일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