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로 생을 마감한 쿠바 혁명의 영웅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1928-1967)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체 게바라 평전」「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를 가다」「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일기」 등으로 일어난 '체 붐'이 최근 그의 일생을 만화로 풀어낸 「체 게바라」에 이어 이번에는 화보집 형식의 전기인 「CHE, 한 혁명가의 초상」(서해문집. 페르난도 가르시아 지음, 안종설 옮김)이 선을 보였다. 400여장의 사진을 수록한 책은 체의 길지 않은 일생을 그가 남긴 글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 사진 등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탄생과 유년기, 의과대학 시절, 혁명과방랑, 체포와 사망 등이 흑백사진에 차례로 담겼다. 체를 둘러싼 식지 않는 열풍의 이유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훨씬 극적인 그의 삶이 웅변한다. 아르헨티나의 유서깊은 가문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쿠바 혁명은 물론 볼리비아와 콩고의 정글을 누비다 39세의 아까운 나이에 처형당해 생을 마감한 파란만장한 혁명가의 삶은 영웅을 갈구하는 지구 반대편 한반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암매장됐던 그의 시신이 볼리비아에서 발견돼 쿠바로 건네졌던 97년. 당시 쿠바에서의 '체 열풍'이 이제는 한반도로 옮아온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전설적 쿠바 재즈인들의 모임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쿠바의 세계적 재즈 피아니스트 추초 발데스의 잇단 내한공연의 성공도 체의 울림에 힘입은 바 크며, 동시에 체 열풍의 뒷심이 됐다. 북한과 형제국인 카스트로의 쿠바인들은 한국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쿠바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에는 캐나다를 통해 넘어간 중고 포니와 봉고들이 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