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국 영화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무사」가 마침내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기획ㆍ제작 기간만 5년, 중국 올 로케 촬영, 제작비 70억원, 촬영 횟수 112회,필름 30만자 등 제작 기간에 남긴 화려한 발자취 뿐 아니라 정우성, 안성기, 주진모,중국 여배우 장쯔이 등 호화 캐스팅 등은 제작에 들어갈때부터 충무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비트」「태양은 없다」를 연출한 `사령탑' 김성수 감독의 조련술이 흙먼지 휘날리는 대륙의 촬영현장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 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무사」는 이런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상당 부분 채워줄것으로 보인다.

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려말 원ㆍ명 교체기의 혼란했던 광활한 대륙이 무대.

「무사」는 명에 사신으로 갔다가 첩자로 오인받고 사막에 고립된 아홉 명의 고려 무사가 고향땅을 다시 밟기위해 고군 분투하는 험난한 여정을 담았다.

「고려사」에 1375년 명에 파견된 고려 사신단이 실종됐다고 기록돼 있는 한줄의 역사가 모티브가 됐지만 그 속에 담긴 정서는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다.

아홉 명의 무사는 고려 사회의 축소판이다.

고려 부사의 노비이자 창술의 달인인 여솔(정우성)과 사신단을 이끄는 최정 장군(주진모), 활의 명수이자 하급 무사인진립(안성기), 충성스런 부관인 가남(박정학), 성균관 출신의 문관 주명(박용우) 등이 그 면면을 이룬다.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통해 계급간의 갈등 같은 정치적 색채를 간간이 드러내지만 영화의 주된 초점은 아니다.

장군이나 문관, 노비 할 것 없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똑같이 피폐해지고 황폐해지는 인간의 본성과 그 가운데서 싹트는 사랑, 인간애 등이 주된 내용이다.

고려의 무사들은 사막의 한 객잔에서 명나라의 공주 부용(장쯔이)을 납치하려는원기병과 마주친다. 사신단을 이끄는 장수 최정(주진모)은 명에 대한 명분을 세우고고려로 돌아가기 위해 독단적으로 부용을 구출할 것을 결정하고, 고려 무사들의 많은 희생 끝에 공주는 구출된다.

이후부터는 최정의 독단적인 행동에서 비롯되는 무사들 내부의 갈등과 부용 공주를 사이에 둔 여솔(정우성)과 최정의 삼각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다.

「무사」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란한 스펙터클을 선보이며 항상 `규모'에 주눅들어 있던 우리 영화의 콤플렉스를 보란 듯이 뛰어넘는다.

특히 상당 시간 선보이는 박진감 넘치는 무술 액션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다.

목과 손이 댕강댕강 잘려나가고 화살은 목을 꿰뚫으며 이마에는 창이 꽂힌다.

사막과 숲, 토성 등 장소를 옮겨가며 장시간 펼쳐지는 각기 다른 액션신들은 규모와 리얼리티에서 외국의 여느 블록버스터에 못지 않다.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로맨스는 절제된 편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감독은 특히 아홉 무사 모두에게 골고루 애정을 쏟아 캐릭터를 살려냄으로써 단선적인 내러티브를 풍성하게 한다.

그러나 안성기나 조연급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비해 카리스마에만 의존하는 정우성의 캐릭터는 돌출된 편이다.

의도적으로 현대어를 사용한 것도 사극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에게는 위험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러나「무사」가 2시간 30여분 동안 상업 영화로서 제 몫을 다해냈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