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70년대 독서계를 주름잡던 인기작가 박계형(朴啓馨.58)씨가 20년 절필 끝에 신작 장편 "임종"(삼육.2권)을 발표했다. 박씨는 고려대 영문과 재학시절인 지난 63년 동양방송 개국 현상문예에서 장편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 당선돼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자궁암으로 죽어 가는 한 여성의 회고담을 연애소설로 풀어쓴 이 소설은 당시 40만부 이상 판매되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박씨는 1970년대 후반까지 60여편에 달하는 소설과 드라마대본을 써내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82년 '사랑의 샘' 이후 더 이상 작품을 내놓지 않았다. 작중인물들의 도덕성과 가치관 등이 옳지 않았다는 문학적 회의가 다가왔던 것이다. 이후 근 20년 만의 칩거끝에 과거와 다른 새 소설을 잉태했다. 박씨는 임종의 서문에서 "과거의 내가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의 작가로 불리워왔듯이 나는 이제부터는 '임종'의 작가로서 불리워지기를 바라며,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는다"고 적었다. 해부학 교수의 자전적 고백 형식으로 엮은 이 소설은 아버지를 고발하는 아들을 통해 인생이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사랑과 죄와 죽음의 문제,죄와 벌의 필연성 등을 다뤘다. 이 책은 최근 출간되자 마자 한 장년층 여성 독자가 한꺼번에 1천6백부를 주문하는 등 '올드 팬'들의 관심이 지대하다고 출판사측은 전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