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잘 안되는 이유는 조정해야 할 구조 자체가 암호처럼 복잡하게 얽혀 난수표처럼 어렵기 때문이다""IMF 사태 이후 대우그룹은 6개월만에 빚이 27조원에서 38조원으로 11조원이나 늘어났다. 자리의 높낮이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나은행 서초지점장 조덕중(49)씨가 "돈이 안 돌면 사람이 돌아 버린다"(도서출판 moneyup,9천원)에서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는 국가경제의 큰 틀을 조감할 수 있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했고 금융회사의 속사정을 꿰뚫어보는 은행감독원에서 검사 업무를 맡았으며 시중 은행에서 일선 지점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금융계의 내막을 잘 안다. 그가 진단한 한국 경제의 근본 병인은 한마디로 총체적이고 조직적인 부패구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도려내야 할 "구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관료집단,기업가 집단,이들 집단에 각종 연줄이나 금력으로 줄을 대고 있는 지식인 집단과 이익 집단이 얽혀서 만든 거대한 "세균덩어리"라고 그는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검사국에서 근무하던 시절,오리 축사에 시멘트 벽돌 몇 장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시설자금이라고 4백여억원이 부당대출됐던 사건의 진상을 온갖 고생끝에 밝혀냈다가 윗사람들로부터 "동료들도 생각해야지."라고 핀잔만 받았던 그.유야무야 덮어둔 사람이나 돈세탁을 한 사람들이나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고리를 한탄한다. 공적자금 문제도 마찬가지.기업에게 빌려줬다가 못 받은 돈을 국민의 돈으로 메우는 우를 반복하면 공적(公的)자금이 아니라 공적(共敵)자금이 된다. 그러니 반드시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는 공금으로 사복을 채우는 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높은 곳의 책임이더라도 꼭 물어야 한다. 더 높은 곳이라야 몇 개 되겠는가? 은행감독원,재경부,청와대 정도 아니겠는가? 다해 보아야 여당,야당 정도일 것이고 세어 보아야 열 개 아닌가?" 그는 개인적으로 아직 직장에 남아 애들 학교도 졸업시켜야 할 처지이지만 "자리에서 떨려날 각오"로 우리 사회의 구조를 개혁하자고 역설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