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 작가 손성재(52)씨가 운명의 본질을 반추하는 장편소설 "가시밭길"(얼과알)을 냈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운명의 가시밭길"이란 통속어를 한 직장인의 행로를 통해 소설로 구현했다. 손씨는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흥미롭고도 진지한 한편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주인공 회사원 이한대(李寒帶)와 그가 다니는 돈칠그룹 김동칠(金東七) 회장은 대조적인 운명의 상징이다. 한대는 아버지가 모진 세상에서 냉정하게 살라는 뜻에서 붙여준 이름과는 반대로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다. 그는 침묵해도 될 순간 번번이 정의를 선택함으로써 '가시밭길 행로'를 자초한다. 사내 임금인상 투쟁의 선봉에 선 그는 좌천과 퇴사,과일행상,아내의 죽음 등 갖가지 불행과 마주친다. 한대가 그늘진 서민을 대변한다면 동칠은 화려한 부와 욕망의 상징이다.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일곱빛깔무지개'처럼 살라는 의미의 이름을 부여받았고 말그대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머리 학벌 신체 좋은 건 운 다음에 오는 조건이야.운이 좋으면 그까짓 것 아무 소용없는 것이라구"라고 말하듯 그에게는 이런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러나 지나친 탐욕은 그의 이름을 칠욕(명예욕 권세욕 물욕 색욕 식욕 과시욕 돈욕)으로 변질시키고 급기야 '똥칠'로 범벅되도록 이끈다. 한대나 동칠뿐 아니라 한대의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친구,작부 꽃분이,동칠의 경쟁자들도 모두 험난한 역정을 걷는다. 한대는 나락에서 '운명의 반전'을 예견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가시달린 탱자나무가 열매를 맺듯 우리네의 고단한 삶도 언젠가 결실을 맺을 것임을,그리고 우리는 그 희망을 향해 그저 묵묵히 걸어가야만 하는 게 숙명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들 인물을 통해 거듭 반성하고 노력하지 않는 한 순탄한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손씨는 30여년간 건설업체에 근무하다가 지난해말 퇴직한 후 화랑을 경영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지난 봄 장편동화 '노란머리핀'과 '소년의 겨울'을 펴낸데 이어 이번에 다시 장편소설을 출간하는 등 높은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