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최하림(62)씨의 6번째 시집 "풍경 뒤의 풍경"(문학과 지성사) 은 시간과 공간이 조응하는 세계로의 몰입을 형상화한다. 시 "어디로?"에선 황혼과 나무,인간의 욕망이 아무런 갈등없이 제갈길을 가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존재에 충실하지만 다른 존재를 거스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체의 풍요로움에 이바지한다. 시인은 자신의 실존과 풍경속의 현실을 냉엄하게 구분하면서도 그것들을 소통시킬줄 아는 각성된 지성의 소유자다. 시 "빈집"에 등장하는 유리창이 그 증거다. 차단과 투시의 이중성을 본질로 한 유리창은 '나'와 '새'를 떼어놓으면서도 이어주는 매개체다. /.새들은 은빛가지 위에 앉고/가지 위로 날아 하늘을 무한 공간으로/만들며 해빙기같은 변화의 소리로 울었다/아아 해빙기 같은 소리 들으며/나는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있다/검은 새들이 은빛 가지 위에서 날고/눈이 내리고 달도 별도 멀어져 간다/("빈집" 중)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