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을 망치는 데는 1백만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경영은 한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된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조직 관련 연구 주임교수로 있는 니겔 니콜슨이 "경영자 본능(Executive Instinct)"(세계경제연구회 옮김,명진출판,1만3천원)에서 말하는 핵심 메시지다. 그가 말하는 한 가지 원칙이란 인간의 본성을 존중하는 "인간 중심의 경영"이다. 니콜슨은 기업 경영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바꿔준다. "기업의 의사 결정에서 감정의 흐름을 중시해야 한다""지도자는 유전적으로 타고난다""비즈니스 세계에서 정치와 부패는 제거되기 어렵다""조직 내에서 소그룹간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역할도 다르다"등과 같은 주장을 통해 우리가 기업과 조직에 대해 갖고 있는 합리적인 가정이나 이상적인 상황을 되비춘다. 저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이나 조직은 아무리 합리적인 이론과 기법을 통해서 경쟁에서 살아남더라도 고질적인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경영 이론과 기법은 계속해서 나오지만,이것을 받아들여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영 기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영 이론을 주창,경영자들에게 본성에 거스르기보다는 본성에 따르라고 권한다. 인간의 본성을 무조건 따르자는 게 아니다.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간파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막을 수 있고 기업 경영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젊은 직원의 실수로 인해 영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베어링 은행이 도산한 사례,최고경영자의 아집 때문에 단일 모델 전략을 밀고 나간 포드 자동차가 다양한 차종 개발에 주력한 제너럴 모터스에 뒤지게 된 경우,대다수 컴퓨터 업체들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진출하는 동안 메인 프레임만을 고집한 IBM이 파산할 뻔한 일 등은 모두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에 의해 야기된 부정적 결과다. 인간의 본능,즉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며,무엇이 변화를 가로막는 한계인가를 제대로 파악하면 부정적 요소가 경영에 개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영은 "인간"이 중심이 돼야 하며,앞으로 수많은 경영이 이 원칙을 반드시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사람만이 기업 경쟁력의 진정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니콜슨은 "경영자가 스스로의 감정 혹은 직원들의 감정을 단지 방해물로만 본다면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가장 커다란 잠재적 자원을 놓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변화의 속도를 잴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기업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 "역의 발상"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정구현 < 연세대 경영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