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화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마이클 폴라니(1891-1976)의 철학적 사고의 출발점은 과학적 탐구과정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과학적 작업을 통해 과학이 완전히 객관적이라는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과학은 객관적 검증을 거쳐야 지식으로 성립되지만 그러한 과정에는 수많은 개인적 관여가 놓여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그의 '모든 지식은 그 본성상 개인적인 지식'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 1958년 출간한 「개인적 지식」(부제: 후기비판적 철학을 향하여)이다. 책 제목에서 '개인적'과 '지식'이라는 두 용어는 서로 상충하는 표현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데카르트 이후의 계몽주의 유산때문이다. 즉 '개인적'이라는 말이 지식의 본성으로 여겨져 온 '객관성'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라니는 개인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이 서로 다른 것임을 분명히 한다. 그는 '개인적인 것은 능동적 관여로 나타나지만 주관적인 것은 단지 우리의 느낌을 감내하는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인 것은 개인적 정열에 따라 인도된 것인 만큼 객관적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것은 주관적인 것도 객관적인 것도 아닌, 이 둘의 분리를 넘어선 것이다. 폴라니는 '앎의 기예' '암묵적 구성요인' '개인적 지식의 정당화' '앎과 존재' 등 네 부분으로 이 책을 구성, 화학 역학 수학 등 엄밀한 특수과학으로부터 시작해 지성의 본질을 다루고, 인간존재의 등장과 연관해 인식론을 존재론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취했다. 과학철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저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폴라니가 물리화학자에서 철학자로 옮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원제 Personal Knowledge - Towards a Post-Critical Philosophy. 아카넷刊. 표재명ㆍ김봉미 옮김. 645쪽. 2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