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으로 가는 길.서양화가 장명규씨는 자신이 겪어온 삶의 상처들을 이런 테마로 꽤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다. 상처가 깊을수록 환상 역시 불거진다. 그는 그림을 통해 인간 문명 모두를 반성하고 낙원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작가다. 서울 관훈동 관훈미술관에서 열한번 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장 씨는 식물원같은 풍경을 그렸다. 화면은 분명 식물원이나 정원같은데 색깔이 온통 노랗다. 펼쳐진 화면은 현실에서 벗어난 환상의 세계를 보는 듯 하다. 이른바 가상의 낙원이다. 환희로 가득찬 낙원이 아니라 불모지를 연상시키는 쓸쓸함이 배어있다. 화면 정 가운데에 사각형이 그려져 있고 그 둘레를 카메라의 촛점을 맞추는 십자형 모양들이 산재해 있다. 색을 잃어버린 낱낱의 식물들,향기를 잃은 꽃들은 자연과 생명을 환기시킨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경기대교수)"작가는 문명과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의 한 자락을 인공의 낙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를 졸업한 작가는 1983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3일까지.(02)733-6469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