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톤의 꽃을 그려온 한국화가 문인상씨가 오는 20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화랑에서 첫 누드 드로잉전을 갖는다. '몸짓'을 주제로 인체의 움직임을 속필(速筆)로 담아낸 소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조선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15년 동안 주로 꽃의 이미지를 추상적인 밝은 색채로 표현해 왔다. 이번 누드 드로잉 전은 평소 습작으로 그려오던 소품들을 모아 보여주는 여덟번째 개인전이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필력의 멋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그의 드로잉 작들에는 '중요한 건 선이다' '껍질과 속' '정중동(靜中動)' '사랑은 그렇게 엉엉 소리내서 우는거야' 등 재미있는 제목이 붙어있다. 여체의 움직임을 익살스럽게 표현했지만 평소 그가 고민해 온 '삶,존재에 대한 반추(反芻)'라는 무거운 주제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그의 화면에는 몸짓의 형상만이 드러난다. "눈도 코도 입도 뽑아버려야 한다. 마음도 뽑아 버리자"라는 작가의 의도처럼 움직임의 찰나만이 담겨 있다. 미술평론가 박응주씨는 그의 조형기법을 "가시적인 현상들을 떨어내기"라고 설명한다. 몸도 마음도 모두 버린 무(無)에서 출발하는 인체의 움직임은 바로 삶과 존재에 대한 의문이고 이는 다시 무(無)와 공(空)으로 귀결되고 실재와 현상의 이분을 허용치 않는 동양적 일원론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인체의 움직임을 1분 이내에 속필로 담아낸다. 그 짧은 순간에 '보이지 않는 힘'을 드러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는 수수나 빗자루를 잘라 만든 붓이나 페인트붓 등의 특수 제작된 붓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미묘한 선의 맛이 돋보인다. 26일까지. (02)722-3855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